기다림/배 중진 봄이 오는 길목에서 차분히 앉아 봄을 기다리지만 오늘따라 칼바람이 극성을 부려 눈과 주머니로 모래와 티끌이 사정없이 쳐들어오네요 유명한 시인이자 수녀님이 오신다는 소식에 일찍 집을 나와 만반의 준비를 하곤 엄숙히 성당에 앉아 두꺼운 시전집을 펼쳤습니다 많은 분들이 속속 입장하시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가끔 둘러보니 그 넓은 성당이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꽉 들어찼으며 불편해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작은 공간을 만들어 형제자매를 받아들였고 정확한 시간에 강연은 시작되었답니다 어떠한 모습일까 궁금했었고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실 텐데 건강에 이상을 주는 것은 아닐까 염려도 했지만 한갓 우려에 지나지 않았고 당차고도 서글서글한 모습으로 관중을 압도하기 시작하셨으며 솔직한 표현과 천진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