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2

빼앗긴 봄/배 중진

빼앗긴 봄/배 중진 흰 눈이 내리지 않은 겨울이 후딱 지나가 겨울을 빼앗긴 듯했는데 봄이 왔는데도 또 송두리째 탈취당한 듯한 느낌이다 개나리는 서로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려는 듯 드문드문 피었고 일찍 찾아온 목련은 뭔가 못마땅한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며 생각지도 않은 튤립이 마른 땅에 엉성한 모습이다 크로커스와 도도한 수선화가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우리네의 마음은 열릴 줄을 모른다 자연에 동화되어 같이 즐길 줄을 모른다 어둠이 내리깔리면 인적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쥐새끼조차도 두려워 나서지 않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숨죽여가며 살아가야 하나 인간끼리가 두려움의 존재가 되었고 부딪히지 않고 피하는 것이 예의이며 눈으로만 인사하는 비정상이 정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여름까지 탈탈 털려서는 정말 안 될 일이다 Tod..

詩 2020 2020.03.21

강 건너 불구경/배 중진

강 건너 불구경/배 중진 아우성 불타는 소리 검은 연기 날름거리는 불기둥 불길은 강풍을 타고 세상을 덮치려는 기세라서 불구경도 잠시 겁이 덜컥 나기 시작하며 다리가 떨려오고 심장이 졸아붙는다 아무리 초라한 초가집이라도 잡혀야 하는데 최근에 한 집 건너 불이 나기 시작한다 초저녁, 야밤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는 듯하다 꾸짖는 소리가 듣기 싫어 보복했다는 자백이 나왔는데 그는 초등학교 갓 졸업한 가난한 집안의 아이였다 불난 집마다 사연이 있어 취합해 보니 중학교도 가지 못하는 처지의 불쌍한 아이였다 밥 한 끼 얻어먹으려다 남의 것이 탐이 나서 손댔다가 들켜 그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자신의 죄는 뉘우치지 못하고 감히 없다고 업신여긴 이웃에 친구네 집에 성냥불을 그어댄 것이 걷잡을 수 ..

詩 2020 2020.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