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불성/배 중진 검은 봉지엔 술병이 숨겨 있으리 담벼락에 의지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비스듬히 꼬꾸라져 꼼짝을 하지 않는다 구석진 주차장이었고 토요일이라 사람들은 힐끔힐끔 쳐다보곤 혀를 차며 사라진다 인간이 인사불성이 되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바쁜 척들 한다 신고를 할까 말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했겠지만 저 사람도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태어났을 테고 한 가정의 책임 있는 아빠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무척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뭔가에 불만이 잔뜩 쌓여 비탄에 젖었는가 사랑의 공든 탑이 무너졌던가 사업에 실패했는가 의지할 것이 없어 마약의 유혹에 넘어갔나 술독에 빠졌는가 죽은 듯이 잠을 자는데 급기야는 구급차가 달려오고 경찰차가 아무렇게나 주차하고 소방차가 조용했던 곳을 가득 채웠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