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2

인사불성/배 중진

인사불성/배 중진 검은 봉지엔 술병이 숨겨 있으리 담벼락에 의지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비스듬히 꼬꾸라져 꼼짝을 하지 않는다 구석진 주차장이었고 토요일이라 사람들은 힐끔힐끔 쳐다보곤 혀를 차며 사라진다 인간이 인사불성이 되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바쁜 척들 한다 신고를 할까 말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했겠지만 저 사람도 어머니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태어났을 테고 한 가정의 책임 있는 아빠일지도 모른다 어딘가에 무척 사랑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뭔가에 불만이 잔뜩 쌓여 비탄에 젖었는가 사랑의 공든 탑이 무너졌던가 사업에 실패했는가 의지할 것이 없어 마약의 유혹에 넘어갔나 술독에 빠졌는가 죽은 듯이 잠을 자는데 급기야는 구급차가 달려오고 경찰차가 아무렇게나 주차하고 소방차가 조용했던 곳을 가득 채웠다 그..

詩 2020 2020.08.30

생생한 꿈/배 중진

생생한 꿈/배 중진 그렇게 도망 다녔는데도 마침내 역병에 걸렸다 마스크를 쓰고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우스웠다 이제까지 발버둥 치며 살았던 것이 허탈했다 구순이 넘으신 가친의 안쓰러운 모습이 보였고 마을 어르신들이 마지막 얼굴을 보려고 몰려오셨다 더러운 몰골로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지만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무슨 위로의 말씀을 하시려고도 하지 않으셨다 군대 친구도 있었다 1979년 이후 못 보았던 그리운 전우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닿아 조만간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는데 약속을 저버리게 생겼다 조금 있으면 식이 거행된다고 했고 피라미드의 중간 즈음인 듯했다 모여드는 군중들을 뒤로하고 무릎을 꿇고 잠시 기도를 드렸다 억울한 듯 복받치며 닭똥 같은 눈물이 쏟아졌지만 어깨를 들썩이며..

詩 2020 202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