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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연/배 중진

방패연/배 중진 깊은 가슴 속 자리하고 있는 그리움을 높이 띄워 멀리 날려 보내려 하지만 손끝에 와 닿는 촉감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팔랑거리며 까불고 코웃음 치고 협박을 하듯 으르렁거리며 화가 난 듯 치솟아 이제는 정을 떼고 싶어 공연히 이웃에게 다가가 시비를 건다 옥신각신 서로 감고 목을 늘린 뱀이 싸우듯 씩씩거리다 스르르 풀려 너울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에서 그리움을 액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 옛날에는 우린 액에 관한 것은 모르고 나무가 없는 야산에 올라 그 추위를 무릅쓰고 남의 묘에 웅크리고 앉아 하늘 높이 날리면서 연싸움도 마다치 않았지만 저는 싸움이 싫어 멀찌감치 떨어져 바둥바둥 올라가는 모습을 소중하게 여겼고 틈만 나면 대청마루 밑이나 광에 숨겨놓은 것을 들고 나가 끝도 모를 세상을 동..

詩 2016 2016.02.14

잠 못 이루는 밤/배 중진

잠 못 이루는 밤/배 중진 어린 마음에 간절한 소망 하나 있었으니 엄마에게 나의 방패연을 보여 드리는 것이요 하늘 높이 솟구친 힘찬 모습을 보셨으면 부엌이나 마루에서 사랑방 지붕 위로 쭉쭉 뻗어 올라가는 태극마크도 선명한 방패연을 보셨으면 해서 줄을 스르르 풀었다간 멈추면 용을 쓰면서 승천하는 모습에 나 자신도 감탄하며 꼭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그만 동네를 지킨다는 거대한 느티나무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안절부절못하게 하고 기세 좋게 솟구치던 늠름한 모습은 간데없고 갈기갈기 찢어져 바동 바동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 통곡을 하고 있으니 동지섣달 긴긴 밤 어이 잠을 이룰까 그 여린 맘을 짓밟기라도 하듯 문풍지는 끝도 없이 굉음으로 절규하고 문이란 문은 집을 때려 부술 듯 사방에서 들썩거리는 데 높은 곳에..

詩 2013 201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