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雪降花)/배 중진 오늘도 내리는 흰 눈을 바라보면서 아직은 겨울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굳게 닫아 버리지만 그럴수록 설강화에 대한 그리움이 스멀거리는데 뾰족한 기치 창검처럼 냉혹한 방패의 흰 눈을 뚫고 꼿꼿한 꽃대는 절개를 뜻하며 살짝 고개 숙인 것은 우아한 곡선미를 은근히 자랑하는 듯하고 엄동설한의 환경을 원망하지 않고 수줍게 받아들이면서 겸손하며 강한 바람에 꺾이지 않고 순종의 미를 살리면서도 외로이 따로 피지 않고 군락을 이뤄 협동심을 배양하고 씨앗을 실어나르는 개미를 유혹하기 위하여 아래로 드리워진 종 모양 하나의 흰 꽃을 피우는 배려도 잊지 않았으며 아무리 눈이 많이 쌓이고 얼음으로 감추려 해도 불굴의 의지로 녹이며 남들은 춥다고 흰 이불 속으로 들어가지만 어두운 곳에서 기를 쓰고 밝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