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봄/배 중진 흰 눈이 내리지 않은 겨울이 후딱 지나가 겨울을 빼앗긴 듯했는데 봄이 왔는데도 또 송두리째 탈취당한 듯한 느낌이다 개나리는 서로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려는 듯 드문드문 피었고 일찍 찾아온 목련은 뭔가 못마땅한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며 생각지도 않은 튤립이 마른 땅에 엉성한 모습이다 크로커스와 도도한 수선화가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우리네의 마음은 열릴 줄을 모른다 자연에 동화되어 같이 즐길 줄을 모른다 어둠이 내리깔리면 인적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쥐새끼조차도 두려워 나서지 않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숨죽여가며 살아가야 하나 인간끼리가 두려움의 존재가 되었고 부딪히지 않고 피하는 것이 예의이며 눈으로만 인사하는 비정상이 정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여름까지 탈탈 털려서는 정말 안 될 일이다 T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