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3

중국 할머니 떠나시던 날/배 중진

중국 할머니 떠나시던 날/배 중진 항상 병상에 누워계시던 중국 할머니 말이 없으시고 눈을 감으셨는지 떴는지도 알 수 없으며 날씨가 좋을 때마다 누군가에 의해 밖으로 나오시던 분 어떤 때는 혼자 계시기도 했고 뭘 생각하실까 궁금도 했다 딸인지 시중드는 사람인지 연세가 드신 분은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조절을 못 하지 싶었고 웬 말이 그리 많고 누가 기꺼이 들어주는지 궁금 또한 한데 종일 괄괄한 목소리가 눈살찌푸리게 하는 것이 흠이기도 하다 안 보이시면 혹시나 불길한 예감이 들기까지도 했다가 집 밖에 나와 누워계시면 매우 반갑기도 해 보시는지는 알 수 없어도 손들어 인사하기도 했는데 찬바람이 몹시 불던 날 단풍도 고이 접어 다음을 기약하던 날 경찰차 두 대 아무렇게나 집 앞에 서 있고 구급차가 내려오는 계단에..

詩 2017 2017.11.19

낙엽/배 중진

낙엽/배 중진 나무와 나뭇잎은 말을 아끼려고 무진 애를 쓰는 듯이 보였다 이별이 멀지 않았음을 알기에 슬픈 표정을 애써 감추려고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며 입가에 거짓 미소까지 띄워 보았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만나리라 장담도 할 수 없는 험한 세상에 천천히 이별을 음미하며 한순간이라도 더 눈에 담으려고 서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데 찬바람이 냉정하고도 몰상식하게 휙 몰아쳐 가니 정신이 아뜩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사랑하는 잎은 새파랗게 질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오랫동안 슬픔을 간직하여야만 했다 까만 밤도 하얗게 세도록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상 고온의 날씨가 쭉 이어지다가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지니 파랗던 은행잎이 대책 없이 떨어지더군요. 단계가 있을진대 그런 과정..

詩 2017 201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