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3

흙냄새/배 중진

흙냄새/배 중진 흙냄새가 그리워 식물원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눈에 익은 작물들을 보면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포근함과 함께 모든 시름을 잊게 되는데 오늘은 관리하시는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눴고 많은 것을 보고 배웠는데 남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더덕을 처음 보았으며 고구마 꽃도 피었음을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는데 키 큰 코스모스의 간드러진 동작으로 마음이 설레고 무궁화 나무에 잔뜩 핀 꽃이 광복절을 축하하는 듯했으며 봉선화를 보면서 애환을 생각하다가 아주머니의 손이 붉음을 발견했고 붉은 꽈리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바짝 엎드려 사진으로 담았는데 토란잎이 방금 뿌려준 물을 받아 물방울을 굴리고 있었으며 목화 꽃은 가까이 가기도 전에 물을 뒤집어써 움츠렸으며 빨간 고추는 돈으로 보이기도 해..

詩 2014 2014.08.15

봉선화/배 중진

봉선화/배 중진 텅 빈 교정의 작은 정원에 나비들만 꽃을 희롱하고 한옆에 봉숭아가 다소곳이 눈길을 끄네 옛날엔 장독대에서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손가락을 기다리며 유혹의 눈길 보내지 않았던가 누나는 두부 모만 하고 반반하며 깨끗한 돌로 봉숭화의 잎을 따서 백반과 짓찧어선 동생들의 손가락에 얹어주고는 아주까리 잎으로 정성 들여 감싸주고 하얀 실로 동동 매어주며 멋진 꿈을 꾸고 나면 요술처럼 물든다며 뜨거운 여름날을 호기심으로 쉽게 보내게 하지 않았던가 텅 빈 교정의 작은 정원에 나비들만 꽃을 희롱하고 한옆에 봉숭아가 다소곳이 눈길을 끄네 옛날엔 장독대에서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손가락을 기다리며 유혹의 눈길 보내지 않았던가 누나는 두부 모만 하고 반반하며 깨끗한 돌로 봉숭화의 잎을 따서 백반과 짓찧어선..

詩 2013 201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