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배 중진 무심한 무궁화는 무슨 꿈을 꾸고 있길래 무척이나 오랫동안 감감무소식일까 남들은 꽃을 피운 지 오래고 춘래불사춘의 날씨 탓에 꿈도 펼치지 못하고 진 것도 있으며 혹한 속 볼썽사납게 망친 것도 있는 등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고 잎까지 삐져나온 이 마당에 아무리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는 꽃이지만 그동안의 봄기운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춥다거나 불만이 많은 것은 아닌지 아무런 말대꾸를 하지 않으니 게을러 보이는데 남들이 경외하는 태양을 훔친 족속은 사기 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꾸밈으로 그럴듯하게 치장하며 법석 떠느라 추위도 잊은 채 활짝 폈다가 벌써 요란하게 사라졌지 않았나 잠을 자고 있다면 얼른 일어나고 불만이 있어도 봄눈 녹듯 하였으면 싶고 뜨뜻미지근한 사랑이 불만족이면 성큼 다가와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