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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배 중진

용/배 중진 계곡을 타고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며 자란 소년 가진 것은 없지만 하늘이 가까이 있어 위안이 되었던 곳 옹달샘이 있어 아낙네가 몰려왔고 바위샘이 있어 바가지로 물을 긷던 곳 미꾸라지는 아니었지만 워낙 가난하여 홀로 놀기를 좋아하던 시절 기타를 배우고 바이올린을 켜던 사람 또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 가는 것을 무척 부러워했으리라 바둑도 두면서 소일하고 술 한잔 나누기도 하면서 늦은 밤을 여럿이 보내기도 했는데 느닷없이 잠결에 들려주는 이야기 건선이 있어 목수인 아버지와 공동묘지에 가서 이름 모를 시체를 파내어 뼈를 몇 개 추려서 참기름을 넣고 곱게 빻아 피부에 발랐단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화들짝 놀라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저런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사는 인간이라니 도무지 현실을 받..

詩 2024 2024.01.16

탁아소/배 중진

탁아소/배 중진 어린아이들이 꿈을 꾸는 곳 사랑하는 부모와 이별하고 잠시 쉬는 곳 생면부지의 또래와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을 배우는 곳 종일 부모님을 기다리는 곳 우체국에 가다가 우연히 창가의 한 아이가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인간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누군가 빨리 와서 데려가길 학수고대하는 인상이다 다른 아이들은 세상모르게 벌건 대낮에도 쌔근거리는데 무슨 걱정이 있는 것일까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은 아닐까 잠자다가 악몽에 시달려 일어나 울고 있던 것은 아닐까 먹고살기 위하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울며 매달리는 철부지 아이를 맡기는 심정 일하는 체하지만, 마음은 온통 아이에게 가 있지 싶어 안타깝다 10/23/2015 New York City

詩 2024 202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