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

기차 통학생/배중진

배중진 2011. 4. 12. 05:51

기차 통학생/배중진

기적소리 들렸다 하면
달려야만 했었던 시절
철교를 건너오는 소리
굴을 빠져나오는 소리

얌전한 순이도
치마를 부여잡고
다 큰처녀가
말같이 뛴다

항상 가방을 껴잡은
이웃집 선배도
담배불 집어던지고
도둑놈 같이 뛴다

5분만 일찍 나가도
아침의 신선함과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으련만
뛰어야 직성이 풀리는 통학생들

오솔길, 산길 걷다가도
기적소리만 들리면
들고뛰니 재미도 있었는데
그 역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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