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은 이곳에/배중진
그토록 사나움을 보이더니 제 풀에 꺽였고
모든곳을 초토화 시키곤 그는 떠나 갔다
아직도 인간들이 울며 수습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의 봄은 어찌 되었나 무척이나도 궁금했었다
슬픔을 맛보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집 가까운 곳에서부터 하나 하나 살펴 나갔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특히 상록수들이
벌렁 벌렁 누워서, 쓰러져서 꼴이 말이 아니었다
큰 기대는 하지않았는데
돌담길 구석에 초연함으로 싱싱하다
보란듯이 가상하게 얼굴을 들고 있었다
새 생명의 힘이 그따위 협박에 넘어갈리가 만무하다는 듯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무릎을 꿇고 상처를 살폈지만
환한 미소로 아름답게 그 자태를 과시하니
눈도 부셨고 겸허해지며 일순간에 근심을 허공으로 날렸으며
이것이 봄의 기적인 듯 하기도 했고 위대한 자연의 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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