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

개구쟁이 친구/배 중진

배중진 2021. 7. 2. 14:37

개구쟁이 친구/배 중진

 

다방면에 재주가 있는 친구는

모임에서 항상 중심에 서 있다

힘도 좋아 그 누구도 도전하지 못하니

우쭐대는 것은 예사이다

 

중학교도 진학하지 못한 선배가 논에서 일하니

우습게 보였던 모양이고

이름이 특이하다고 비슷한 욕을 붙여 고성방가했더니

아무리 돈이 없고 낯을 가리는 선배일지라도

학교에서 농촌의 마을로 향하는 후배들에게

씩씩거리며 혼쭐을 내려고 달려왔는데

 

개구쟁이 친구가 엉겁결에 

화살을 피하면서 거짓말로 그중에 약한 친구를 지목하니

달려온 기세로 싸대기를 올려붙이더라

 

이런 봉변이 있나

날벼락이 있나

 

잘못한 것도 없고 

별만 날아다니고 눈에 보이는 것도 없어

까마득한 선배에게 대들었다

왜 때리느냐고?

그 기세에 눌려 선배는 화를 풀고 물러났지만

 

엉겁결에 당한 아이는

원통해서 이를 갈고 

장난으로 손가락질한 친구를 저주하고

칼을 갈며 2년을 기다렸다 

배포를 키우고 닥치는 대로 왕성하게 먹어 힘을 기르고 

또 다른 불의가 닥칠 것을 대비했다

 

5학년이 되었어도

말썽꾸러기 아이는 개 버릇 버리지 않았고

약한 급우가 표준전과를 펼치고 답을 받아 적고 있는데

자기 것도 아니면서 빼앗아 필요한 해답을 얻으려고 하길래

즉석에서 돌려주라고 소리를 지른 후

교실에서 둘이 붙었다

절치부심하던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우습게 본 아이의 거센 반항에 움찔하며

횡포를 멈췄고 

그 이후 경계를 하며 동등한 입장이 되도록 허용하고

나중에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선배는 만날 수가 없어 

억울함을 풀지는 못했고 

사과도 받지 못했지만

눈치를 보면서 피해 다니는 인상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당한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하지만

가해자는 아마도 잊었을지도 모른다

오래되었으니 굼벵이는 생각도 못 하겠지 여기며 지나간다

세월같이 빠르게 흘러간다, 잊은 척한다

 

*남의 공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지요.
화를 교묘하게 돌리는 사람도 많은 것이 요즈음의 세상이지 싶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한번 당했고 억울하여 집에 와서 눈물까지
흘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렇다고 그 친구를 지금은 원망하지 않지만
그때는 복수하려고 힘을 길렀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은 5학년 때에
한판 붙었지요. 그 이후 친한 친구로 변했습니다.
멋진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8/11/2019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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