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오후/배 중진
책을 읽으시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확대경을 사용한다면?
얼마나 불편하실까
거기에 안경까지 쓰시고
그리곤 말로 웅얼웅얼 따라 읽으신다
보면서 머릿속으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목소리를 자기의 귀로 들어
소화하는가 보다
낮잠이 없으신 구순 아버지께서
오후 내내 그렇게 하시니
심심치가 않고
내용이 내 귀까지도 전파되어 대충 무슨 뜻인지 알겠다
초침은 무겁게 찰깍거리나
한 바퀴 무섭게 도는 것이 문제도 아닌듯했다
지금은 대화 나누는 시간이 아니라서
옆에서 나 할 일을 하는데
답답하신 가친은 아는 것이 많으셔
뇌관만 건드리면 쌓였던 말이 폭발하리
★우산 (비와 인생) / 양광모★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연인이란 비오는 날 우산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알면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비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
한 사람이 또 한사람의 우산이 되어줄 때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누구에게나 알맞은 비가 내려 우산을 접었다 펼쳤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될 수 있으면 많이 가졌으면 싶고 남에게 빌려주는 일이 자주 일어났으면 하지요.
즐거운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
계백
님 반갑습니다
너무 세게만 밟으면 자칫
곤두박질을 치기 쉽고
코앞만 보다가는
장애물에 부딪치기 쉬운
자전거는 우리네 삶을 닮았습니다.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저 만치 앞을 내다보며
한 발 한 발 내가 구르는 만큼
행복을 향해 다가갑니다.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 아침 길
오늘도 힘찬 페달을 밟으세요.
오후에 날씨봐서 자전거 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