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코스모스의 슬픔/배중진

배중진 2011. 3. 8. 01:30

코스모스의 슬픔/배중진


우린 봄부터 같이 뛰놀았는데
그 뜨거운 여름 좀더 참자고 약속을 했는데
가을엔 풍년이 찾아드길 빌었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질 줄이야

뭉게구름이 떼거지로 몰려 험상궂고
몹쓸놈의 강풍으로 집에서 쫓겨나고
눈코 뜰 사이도 없게 비는 내리치고
놀던자리는 싹 쓸려가서 쑥대밭이라

우리 농장주인의 허탈해하는 모습
이리저리 떨어져 뒹구는 과일들
엎치고 덮쳐 볼상사나운 과수나무
꺽어지고 자빠져 멋대로이니

한심하고 하늘도 무심토다
며칠만 참았으면 풍년이었을텐데
조만간 돈을 만져보리라 꿈도 꾸었는데
나풀거리는 고지서는 누가 갚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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