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고약한 가을/배중진

배중진 2011. 3. 7. 02:45

고약한 가을/배중진

모든 것을 빨갛게 물들이려고 하더니
찬 바람의 시기가 한 차례 달려왔고
떨어진 단풍들이 울부짖으며 몰려간다

영원하게 물들일 기세였지만
세상사는 마음대로 호락호락
그대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지

물들인 것도 떨어지고
아직 푸르스름한 것도 덩달아 떨어지며
끝까지 사수하려던 마른 잎도 언젠가는 뒹굴겠지

병원 앞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단풍이
떨어진 잎을 보고 웃지는 않을런지
고연히 신경쓰이게도 살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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