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nessee 4

녹슨 자목련/배 중진

녹슨 자목련/배 중진 봄날의 따스한 빛을 받아 반반한 얼굴 갈고 닦아도 모자라는 판에 눈이 쏟아지고 찬비가 내리고 벼락 치며 간담 써늘하게 놀래주고 하늘이 무너지듯 천둥 울리니 강풍에 질식이라도 했는지 잘난 얼굴 보여주지도 못하고 녹슨 듯 초췌하다 못해 꺾이고 두리뭉실 뭉그러져 가장 볼품없는 봄꽃이 되어버렸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늦잠 부리며 뒤늦게 나와 똑똑하다고 했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그 역시도 별 볼 일 없게 되었으니 꽃 농사는 망쳤고 지저분한 뒤처리만 남았으며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내년의 봄을 벌써 기다리는 것은 오랫동안 꿈꾸었던 화려한 봄날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질 줄이야 누가 알았으며 애초부터 꿈도 꾸지 말았어야 했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이 아니었다 농부의 마음 조금은 알 것도 ..

詩 2016 2016.04.05

오, 민들레여!/배 중진

오, 민들레여!/배 중진 눈길을 확 잡아채는 것이 있어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서서 바라보니 작은 나무 밑에서 홀로 크게 핀 노란색의 민들레여 과연 장하고도 자랑스럽도다 어제 그렇게 호되게 눈보라 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워낼 수 있다는 자부심과 용기 장미가 따라 할 수 있을까 국화가 흉내 낼 수 있을까 갈 길이 창창하지만 시작이 매우 가상하고 돌발적이며 불굴의 정신이라 걱정하지 않으련다 보라! 하찮다고 생각되는 꽃, 민들레를 그 누가 감히 과소평가할 수 있으랴 yellowday2016.03.23 06:28 사람의 발길에 밟히면서도 꿋꿋이 피어나 제 몫을 다하는 민들레 인동초만큼이나 대견한 식물이지요~` yellowday2016.03.23 08:35 미국민들레는 꽃잎의 수가 많고 한국 토종은 꽃잎 수..

詩 2016 2016.03.23

오아시스를 찾아서/배 중진

오아시스를 찾아서/배 중진 넓은 미국을 달리다 보면 목적지를 정한다 해도 제대로 그곳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오아시스는 아닐지라도 적당하게 이 한 몸 하룻밤 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는데 지도상으론 가까워 보여도 가도 가도 쉴 곳은 보이지 않고 분명 사람이 사는 곳이건만 주유소만 나타나 다급해지는데 숙박시설이 보인다 해도 반가움에 들어서면 방이 꽉 차 허탕치거나 담배 연기가 배어있는 곳뿐이며 안전치 못한 인상을 받으면 발길을 돌리고 가격이 생각보다 꽤 비싸면 고개까지 설레며 뒤도 돌아보지 않다가도 원하는 곳과 너무 거리가 멀면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들어서는데 무리를 해서 먼 길을 잡아 무대뽀로 달려서는 안 되고 무턱대고 고집을 피워서 기분 좋을 리 만무요 무사고와 무서운..

詩 2013 2013.04.05

상처를 보듬는 봄비/배 중진

상처를 보듬는 봄비/배 중진 151년 전에 이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가 도도히 흐르는 테네시 강물에 물었지만 말이 없었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물은 수북이 쌓인 마른 나뭇잎에 나뒹굴며 누가 듣거나 말거나 끊임없이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니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던 묘지에서도 이상한 기운이 솟고 난데없이 성조기는 펄럭이며 큰소리를 쏟아붓네 나목들은 말없이 빗물에 젖어들고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 독수리가 이런 곳에서 둥지를 틀고 있었으며 오래된 교회는 침묵으로 묘지를 감싸주네 Shiloh National Military Park, Tennessee April 6-7, 1862 yellowday2013.04.05 16:30 묘지에 비가 내리니 더욱 을씨년스럽습니다. 가까운 분이 떠났나봅니다.

詩 2013 201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