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자목련/배 중진 봄날의 따스한 빛을 받아 반반한 얼굴 갈고 닦아도 모자라는 판에 눈이 쏟아지고 찬비가 내리고 벼락 치며 간담 써늘하게 놀래주고 하늘이 무너지듯 천둥 울리니 강풍에 질식이라도 했는지 잘난 얼굴 보여주지도 못하고 녹슨 듯 초췌하다 못해 꺾이고 두리뭉실 뭉그러져 가장 볼품없는 봄꽃이 되어버렸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늦잠 부리며 뒤늦게 나와 똑똑하다고 했던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그 역시도 별 볼 일 없게 되었으니 꽃 농사는 망쳤고 지저분한 뒤처리만 남았으며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내년의 봄을 벌써 기다리는 것은 오랫동안 꿈꾸었던 화려한 봄날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질 줄이야 누가 알았으며 애초부터 꿈도 꾸지 말았어야 했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이 아니었다 농부의 마음 조금은 알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