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ifax 5

노인과 석양/배 중진

노인과 석양/배 중진 모두 행복에 겨워 하하 호호 즐거워하는 선상을 지나 유람선 선미에 이르니 홀로 포도주를 음미하는 노인이 안쓰러운데 기웃기웃 넘어가는 석양과 옷깃을 여미는 날씨에 눈여겨보는 사람도 없고 힘차게 내뿜는 흰 물결만 줄기차게 따라오네 안 보는 척 시선을 돌려도 자꾸 노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걸렸으며 왜 혼자일까? 의구심이 솟으면서 급기야는 비관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를 하는데 앞에 놓인 탁자에는 성경인지 시집 또는 소설인지는 모르되 읽는 것 같지는 않았고 자꾸 출렁이는 물결과 뉘엿거리는 석양을 넋을 잃고 바라보네 부인과 사별한 것은 아닐까 처음 유람선을 이용하는 눈치는 아니었으며 이혼을 했던가 부부싸움을 했는지도 모르지만 삼천 명이 넘는 관광객 중에서 유독 그 노인의 생기 없는 얼굴만 자꾸 떠오..

詩 2016 2016.11.23

도토리 키 재기/배 중진

도토리 키 재기/배 중진 떡갈나무 밑으로 도토리가 뚝 떨어지는 것이 찌는 여름을 싸잡아 내던지는 것처럼 보였고 몇 번 굴러가는 것에서 동생과 하던 도토리 따 먹기 생각이 났는데 못으로 경사진 땅을 세 줄 파놓고 위쪽에서 왼쪽은 미국 가는 부산항 오른쪽은 제주도 가는 목포항 가운데는 반달가슴곰이 있는 지리산 길이라 칭하면서 세종시쯤 되는 위치에서 번갈아 도토리를 굴려 앞엣것과 부딪히면 소유자가 바뀌곤 했던 도토리 따 먹기 그때는 도토리가 구슬보다 귀하여 아웅다웅하며 며칠 그렇게 놀곤 했는데 지금같이 전자기기가 없었던 옛날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뭐든지 가지고 놀 수 있고 대자연이 놀이터이니 부러울 것이 없었어도 내 것, 네 것은 따지던 시절 갈참나무 25m 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10m, 도토리나무 굴참..

詩 2016 201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