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시루봉(비로봉)/배 중진 옛날 옛적에 치악산의 정기를 먹고살 적에 시루 같은 산꼭대기가 궁금하여 아침 일찍 산행하기 시작했는데 밑에서 보기와는 달리 쉽지 않은 길이었으며 까마득하게 높았고 올라갔다 내려가는 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간신히 밧줄을 잡고 오르긴 했는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얼마나 지쳤던지 정상에서 온 누리를 바라보는 기쁨도 잠시 넋을 잃고 주저앉아 산등성이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왼쪽에서 갑자기 솜털 뭉치를 일자로 자른 듯 안개가 밀려와 오른쪽의 맑은 하늘을 순식간에 덮어 앞뒤 구분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내려갈 길이 막막했으며 나중에 보니 그것은 시루떡을 찌는 수증기 같았으며 농무가 걷히자 누군가에 의해 쌓아 올려진 돌탑이 보였고 올라왔던 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뽀얀 그 는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