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잃은 기러기들/배 중진 깨끗한 물이 많고 넓은 농경지가 있는 곳으로 봄꽃을 구경하러 방문했더니 저녁 무렵 기러기들이 일자로 줄을 서서 날아가는 행렬이 보이고 저곳에서도 다른 방향으로 종렬로 날아가는 무리가 있더니 뱀이 휘어지듯 약간 곡선을 그리다가는 이내 일자로 움직이는데 저들은 고향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아니기에 잠깐 높이 올랐다가 잠자리로 찾아들겠지 남들이 가는 머나먼 곳으로 떠나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겠지만 너무 고행길이라 잠시 떠올라 북녘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겠지 어느 사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곡식들이 많은 이곳에 안주하여 습관적으로 살다 보니 그동안 정도 들어 구태여 머나먼 길 떠날 이유가 점점 사라졌지만 가끔은 저렇게 봄바람이 살며시 억센 날개를 부추기면 높이 올라 서로를 위한 날갯짓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