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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깔방맹이/배 중진

눈깔방맹이/배 중진 눈이 시원하게 크니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남에게 들키는 것도 적지 않고 말귀 알아들을 때 짓궂은 동네 청년들이 눈깔방맹이나 황소눈깔이라고 놀렸음을 기억하고 집에 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에게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떼를 쓴 적도 없지만 날조되어 더욱 웃음거리를 만들었던 왕눈이 싫었던 것은 사실 성장하면서 눈 때문에 남들에게 도움받은 적은 없지만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좋다는 생각이고 미국에서의 삶이 한국에서보다 긴 지금 역시 커야 덜 차별과 서러움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미치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서 적대감을 표출해 두렵게 하지 않고 만족감을 얻으며 웃으면서 헤어져 너그럽게 아량을 베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선하게 보이는 눈이 싫지 않고 무탈하게 건강하여 영원히 똑바른 세상을 볼 수 ..

詩 2017 2017.02.21

잊지 못할 닭/배 중진

잊지 못할 닭/배 중진 선생님 48년 전인 1969년이 기유년, 닭띠였지요 중학교 2학년 담임이셨던 화가 선생님 세상을 그리셨고 홰를 치며 새벽을 일깨우는 수탉의 판화를 뚜렷이 기억합니다 붉은 해가 막 솟는 높은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한 농촌 마을 앞에서 시뻘건 볏과 아랫볏 그리고 귓불이 소담스럽고 기상이 넘치는 신년 축하 그림이었지요 제자들을 항상 생각하시는 인자하신 모습 항상 웃음을 머금으신 얼굴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셨으며 큰소리 대신 자상하게 이야기하셨고 수수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으신 단정한 몸가짐을 잊을 수 없답니다 가끔 사탕을 제자들에게 나눠주시던 온정 내일의 희망을 사랑하셨고 감사의 문안 편지에 답으로 보내주신 그림엽서는 오래되었어도 생생하고 작은 목소리로 세상을 깨우셨습니다 뵙고 싶어도 계시..

詩 2017 2016.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