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꿈/배 중진 그렇게 도망 다녔는데도 마침내 역병에 걸렸다 마스크를 쓰고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우스웠다 이제까지 발버둥 치며 살았던 것이 허탈했다 구순이 넘으신 가친의 안쓰러운 모습이 보였고 마을 어르신들이 마지막 얼굴을 보려고 몰려오셨다 더러운 몰골로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지만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무슨 위로의 말씀을 하시려고도 하지 않으셨다 군대 친구도 있었다 1979년 이후 못 보았던 그리운 전우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닿아 조만간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는데 약속을 저버리게 생겼다 조금 있으면 식이 거행된다고 했고 피라미드의 중간 즈음인 듯했다 모여드는 군중들을 뒤로하고 무릎을 꿇고 잠시 기도를 드렸다 억울한 듯 복받치며 닭똥 같은 눈물이 쏟아졌지만 어깨를 들썩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