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불구경/배 중진 아우성 불타는 소리 검은 연기 날름거리는 불기둥 불길은 강풍을 타고 세상을 덮치려는 기세라서 불구경도 잠시 겁이 덜컥 나기 시작하며 다리가 떨려오고 심장이 졸아붙는다 아무리 초라한 초가집이라도 잡혀야 하는데 최근에 한 집 건너 불이 나기 시작한다 초저녁, 야밤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는 듯하다 꾸짖는 소리가 듣기 싫어 보복했다는 자백이 나왔는데 그는 초등학교 갓 졸업한 가난한 집안의 아이였다 불난 집마다 사연이 있어 취합해 보니 중학교도 가지 못하는 처지의 불쌍한 아이였다 밥 한 끼 얻어먹으려다 남의 것이 탐이 나서 손댔다가 들켜 그런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자신의 죄는 뉘우치지 못하고 감히 없다고 업신여긴 이웃에 친구네 집에 성냥불을 그어댄 것이 걷잡을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