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상 2

인생무상/배 중진

인생무상/배 중진 원래 그분은 술집을 하려던 사람이 아니었다 농촌에서 가진 것 없이 남의 종산을 돌보던 사람에게 시집을 왔고 동네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인지라 왕래가 잦은 곳이니 자연스레 동네 사람들이 꼬였고 그런 그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건네주면서 자연스레 생긴 주막이었는데 성품 좋고 시원하고 당당하더니 점점 몸이 불어 어지간한 남정네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옷소매를 걷어 올리는 순간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남 보기에 억척스럽다 했어도 인간미는 있었지 싶었는데 추운 겨울 밤사이에 숨을 거두셨다 다음 날 상주도 없이 따라가는 자식들도 하나도 없이 동네 장정들의 빠른 발걸음과 함께 사납게 출렁이는 상여는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높은 곳의 짚 동가리 옆에 쭈그려 바라보는 어린아이들도..

詩 2020 2020.12.11

인생무상/배 중진

인생무상/배 중진 살을 에는 강한 바람에 몇 그루 되지도 않는 큰 소나무가 미친 듯이 춤을 춘다 마치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동네 어귀에서 산지기 하며 주막집을 하는 친구 어미는 갑자기 거대한 덩치가 쿵 하고 쓰러지면서 말도 못 하고 돌아가셨고 죽은 지 하루 만에 뭐가 급하다고 슬퍼하며 매달리는 상제 하나도 없이 저 소나무 요동치듯 요란한 치장 펄럭이며 상여가 들썩거리는데 요령잡이도 말을 아끼지 싶도록 모두가 빠르게 치달려갔다 그것도 공동묘지로 우린 짚 동가리가 바람을 막아주는 곳에서 콧물 질질 흘리며 그것도 구경거리라고 멀거니 바라보고 이웃집 아주머니는 죽은 이가 너무 불쌍하다며 훌쩍거린다 저렇게 떠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왜 허무하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단다 우리는 추워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죽음의..

詩 2019 201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