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맥/배 중진 좌청룡 우백호의 명당자리를 찾으려고 기를 쓰고 평생 산을 오르고 강을 넘었던 분이 구십이 다 된 연세에 어찌 자식들 마음을 읽지 못하여 많은 땅 다 정리해선 자식들 앞으로 떡하니 돌려놓으니 당연하다는 듯 넙죽 받아 챙기곤 상처 후 혼자 외롭게 사시는 데에도 나 몰라라 누구 하나 코빼기조차도 볼 수 없네 얼굴은 초췌하고 옷은 지저분하며 까만 얼굴에 많지 않은 흰 수염은 징그럽기까지 하고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나 아직도 자기주장을 강하게 피력하시는데 기억력이 급하게 떨어져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실감하신다지만 옛날에 같이 술잔 기울이던 사람을 잊지 못해 죽기 전에 꼭 찾아봐야겠다고 어려운 발걸음을 하셔 눈물 나게 반갑기도 하지만 냉정한 세월과 현실 앞에 숙맥이 다 됐다고 하시면서 허탈해하니 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