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토깽이/배 중진 차가 지나다니는 길로 막 들어서며 토끼가 길을 건너려고 하고 있어 불길한 예감이 들어 어쩌나 살폈더니 그래도 멈출 줄은 알아 다 지나간 다음에 불편한 걸음을 옮겨 원하는 곳에 닿기는 했는데 숨을 고르는지 그곳에서 꼼짝도 하지 않아 위험을 무릅쓰고 건넌 이유를 알고 싶었고 가까이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눈깔만 돌리지 자세는 그대로인데 저렇게 겁이 없다가는 며칠 전에 길에 쫙 펴져 떡이 된 친구 쪽이 나지 않을까 아예 겁을 주기로 마음을 먹어보는데 그늘진 풀밭에 배를 너부죽이 깔고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어 공연히 움직이게 하고 싶지가 않은 여름날의 오후 /친구와 사랑의 한계가 없는 젊은 사람들의 우정이지 싶기도 하면서 나이가 들면 품위를 지키면서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고 서로 돕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