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사랑/배 중진 9/20/2009 00:55 할머니에게도 순정은 있었나 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아가씨가 수줍음만 타는 그야말로 어린 것이 뭘 안다고 총각의 손을 잡았을까 시집온 할머니들이 증조할머니의 회초리를 맞아가며 컸다는 기이한 운명이었으니 결혼풍습을 탓하여야 하나 아니면 인권 부재의 시절을 탓할까 한 지붕 아래 죽어라 같이들 일을 하고 날이 시퍼런 시어머니 눈치 보며 그래도 부부라니 같이 잠을 자며 무서운 남편을 모셔야 했고 눈만 마주쳐도 애를 가져 줄줄이 주꾸미 엮어 딸려 나오듯 이름도 모른 채 산 세월만큼 나오니 농사철 손이 달릴 염려는 없다고 히죽거린다 밥만 주면 끊임없이 똑딱거리는 할아버지의 벽시계 할아버지 여의시고 눈물로 넓은 집을 혼자 지키시는 할머니 공허하며 적막감으로 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