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배 중진 어렸을 때는 집토끼만 보았지 야생에서 활동하는 산토끼는 전설로만 들었으며 가끔 동네에서 유명한 개, 덕구가 토끼를 쫓았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올라가는 비탈에서는 산토끼가 빨랐고 내려갈 때는 덕구가 빨랐다는 뒷소문인데 잡았는지 놓쳤는지는 알 수 없었으며 주로 집토끼들이 수난을 당하던 시절 남의 집 마루에는 토끼 가죽이 걸려 있었고 가죽을 벗긴 끔찍한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덕구가 토사구팽당한 것은 사냥할 토끼가 없어서였으리라 산책을 하면서 토끼들이 이웃과 같이 살아가는 것을 보고 남의 정원에 주인인 양 들어와 평화스럽게 풀을 뜯다가 인기척에 귀를 쫑긋하고 경계하는 모습이 귀여워 한참 바라보며 태어남도 장소를 가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면서 복중에 개를 아직도 보양식으로 먹는 비참한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