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닭/배 중진 선생님 48년 전인 1969년이 기유년, 닭띠였지요 중학교 2학년 담임이셨던 화가 선생님 세상을 그리셨고 홰를 치며 새벽을 일깨우는 수탉의 판화를 뚜렷이 기억합니다 붉은 해가 막 솟는 높은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한 농촌 마을 앞에서 시뻘건 볏과 아랫볏 그리고 귓불이 소담스럽고 기상이 넘치는 신년 축하 그림이었지요 제자들을 항상 생각하시는 인자하신 모습 항상 웃음을 머금으신 얼굴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셨으며 큰소리 대신 자상하게 이야기하셨고 수수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으신 단정한 몸가짐을 잊을 수 없답니다 가끔 사탕을 제자들에게 나눠주시던 온정 내일의 희망을 사랑하셨고 감사의 문안 편지에 답으로 보내주신 그림엽서는 오래되었어도 생생하고 작은 목소리로 세상을 깨우셨습니다 뵙고 싶어도 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