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새겨보는 이름들/배 중진 33년 동안 미국에서 살면서 안되는 발음으로 그나마 있는 친구를 괴롭힐 마음이 없고 그 누구에게 자랑하려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지도 않았으며 엉뚱한 상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존재를 알릴 이유가 없고 열심히 생활하면서 한눈팔고 싶지도 않고 한정된 시간 촌음이 아깝고 무엇보다도 건강에 해로운 짓은 행하길 꺼리는 법칙을 고수하느라 궁금해도 참으면 되지 싶고 어렵게 사는 모습 구태여 알려주고 싶지도 않았으며 남에게 변한 세월 보여주기 두려워 꼭 필요한 대화를 제외하곤 국내외적으로 연락하지 않던 무척이나도 조용했던 시간 나라고 왜 고국을 그리워하지 않겠고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원까지 쌓아온 우정을 감히 떨치며 유사시 죽음을 같이하기로 혈맹을 맺은 친구를 어찌 잊을 소냐 말만 듣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