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월/배 중진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12시간 있는데 무엇을 하면 좋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선뜻 이것을 해야겠다 내키는 것이 없어 TV를 켜 놓고 이리저리 죄 없는 채널을 유린하듯 클릭하지만 내용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것이 밖의 경치가 너무나 황홀한 지경이라서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너무 먼 곳에 있고 가까운 곳은 찾아가는 길이 두려워 초조하게 자꾸 시계만 응시하며 단풍의 세계를 망연하게 보내다가 산엔 둘이 가야 할 것 같아 미루고 바닷가에서 월출을 구경하려고 가깝고 아주 잘 아는 곳으로 뭉그적거리며 떠났는데 생각보다 무척 더웠고 벗은 사람들이 철 지난 해변에 가득했으며 갈매기도 사람도 먹을 것을 줍느라 고개를 숙이고 낚시꾼들은 바다를 들어 올리느라 파도와 겨루는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은 과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