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게 먹이를 노리고 있는 매/배 중진 우리는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다니지 않는 곳에서 우연히 만났고 너는 먹이를 노리고 있었으며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을 할 땐 눈이 먼다고 했으며 먹이를 챌 땐 눈이 보이지 않는지 뒤에서 적이 보고 있어도 모르니 몹시도 배가 고파 정신이 없는지 살금살금 그림자를 키우지 않고 가까이 가려고 무던히 애를 썼는데 햇빛에 눈이 부셔 못 보았든지 아니면 무시하는지 고개만 빙 돌릴 뿐 도망가질 않네 매서운 눈을 직시하고 움찔했으며 꼼짝하지 않고 서 있으려니 그것도 고역이었는데 매가 밟고 서 있는 자리에서 청설모의 처량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데 먹잇감은 뜻밖에도 보이지가 않았고 사나운 매는 동물적 감각을 이용하지만 시간만 흐를 뿐 주린 배를 채울 수는 없었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