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배 중진 원래 그분은 술집을 하려던 사람이 아니었다 농촌에서 가진 것 없이 남의 종산을 돌보던 사람에게 시집을 왔고 동네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인지라 왕래가 잦은 곳이니 자연스레 동네 사람들이 꼬였고 그런 그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건네주면서 자연스레 생긴 주막이었는데 성품 좋고 시원하고 당당하더니 점점 몸이 불어 어지간한 남정네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옷소매를 걷어 올리는 순간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남 보기에 억척스럽다 했어도 인간미는 있었지 싶었는데 추운 겨울 밤사이에 숨을 거두셨다 다음 날 상주도 없이 따라가는 자식들도 하나도 없이 동네 장정들의 빠른 발걸음과 함께 사납게 출렁이는 상여는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높은 곳의 짚 동가리 옆에 쭈그려 바라보는 어린아이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