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3

외로운 매미/배 중진

외로운 매미/배 중진 시기적으로 올 때가 되었고 날씨도 덥다 못해 뜨거운 나날 적당한 환경이 되었기에 더위를 피해 시원한 세상으로 나올 텐데, 올라올 텐데 비슷한 소리가 들려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면 그때마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였고 정원에 물을 뿌려주는 스프링클러 소리여서 속았다며 피식 웃곤 했었는데 드디어 오늘 들었고 속지 않으려 소리를 따라가니 높은 나무였기에 매미를 볼 수는 없었지만 애석하게도 단 두 번에 그치고 잠잠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발버둥 치며 날개를 비빈다 하여도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무슨 소용 있으랴 매미도 아는지 슬그머니 멈춰 싱겁기 짝이 없었는데 내일은 좀 더 많은 매미가 올라와 열애하느라 내는 시원하다 못해 앙칼진 목소리를 듣고 싶은 심정이라네 Sprinkler 한국인2..

詩 2016 2016.07.18

접시꽃은 피었건만/배 중진

접시꽃은 피었건만/배 중진 고층건물이 뾰족뾰족하고 웅장하며 두 개의 강과 바다를 끼고 깨끗하게 집단을 이룬 맨해튼 남부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 언제나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Brooklyn Heights 노쇠한 친구도 Promenade를 자주 찾아와 생기가 용솟음치는 젊은이들 속에 섞여 분주하고도 어지러운 세상 넋을 잃어가며 그래도 정을 잊지 못하는 것이 근처에 접시꽃이 아름다움을 발하고 7월 독립기념일 브루클린 쪽에서 불꽃을 구경하려고 모여든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뤄 쑥대밭이 되어도 싫은 기색 하지 않고 방긋 웃었는데 이제 떠나면 내년을 기약하기 어려운 몸 마지막 흩어진 모습 침울하게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시니 모든 생물은 때가 있음을 일깨워주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너무 서글퍼 하지 말라네 막장에서 일..

詩 2015 2015.07.10

흙냄새/배 중진

흙냄새/배 중진 흙냄새가 그리워 식물원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자라고 있는 눈에 익은 작물들을 보면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어 포근함과 함께 모든 시름을 잊게 되는데 오늘은 관리하시는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눴고 많은 것을 보고 배웠는데 남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더덕을 처음 보았으며 고구마 꽃도 피었음을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는데 키 큰 코스모스의 간드러진 동작으로 마음이 설레고 무궁화 나무에 잔뜩 핀 꽃이 광복절을 축하하는 듯했으며 봉선화를 보면서 애환을 생각하다가 아주머니의 손이 붉음을 발견했고 붉은 꽈리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바짝 엎드려 사진으로 담았는데 토란잎이 방금 뿌려준 물을 받아 물방울을 굴리고 있었으며 목화 꽃은 가까이 가기도 전에 물을 뒤집어써 움츠렸으며 빨간 고추는 돈으로 보이기도 해..

詩 2014 201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