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3

Robin/배 중진

Robin/배 중진 떠난 지가 오래되었다고 체념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춥다는 핑계로 날아갔다 남이 가니 어쩔 수 없이 간다고 에둘러댔다 그러던 네가 발각되었다 갔던 것이 온 것인지 가지 않고 숨어 있다가 들킨 것인지 여러 변명을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제 딴에도 반가움을 표시하느라 꼬리를 들썩들썩거리고 머리를 번쩍번쩍 치뜨고 부리를 쩍쩍 벌려 지저귄다 사랑에 실패하여 떠나가지 못했는지 날개가 부러져 남았는지 먼 곳 찾아가다가 중간에 낙오되었는지 우리네 만큼 사정은 많겠지만 긴 겨울 극복하고 살아남았으니 다행이고 동장군이 채 물러가지도 않았는데 입성하여 가상하고 고향을 잊지 않고 찾아와 감사하니 내 너를 어쩐다? 2022.02.20 08:34 로빈 아메리칸 로빈 American r..

詩 2022 2022.02.20

로빈/배 중진

로빈/배 중진 바람이 지독하게 불어 제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견딜만했었는데 약삭빠른 Robin은 사라졌고 어디로 갔는지 아무런 지저귐도 들려오지 않는다 밤새도록 열창했지 않았던가 누가 듣든 싫어하든 독야청청 울부짖었는데 말이다 생글대면서도 눈치가 기가 막히게 빠르고 동글 거리는 눈이 앙증맞고 지글거리는 눈빛으로 보이지 않는 땅속을 뚫어 징글맞게도 정확하게 지렁이를 쭉쭉 뽑아 먹곤 능글맞은 웃음소리를 남기며 사라지곤 했잖은가 지난겨울 혹독함을 견뎌온 너도 살아야 한다 아무리 바람이 강해도 어쩌면 너와 나 공동 운명체인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에선 4월에 내리는 비는 5월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 내린다고도 하네요. 그러나 요즈음은 매일 슬픈 얼굴입니다. 사방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쓰러지는 분..

詩 2020 2020.04.16

Robin/배 중진

Robin/배 중진 매일 보는 새라서 항상 같이한다 생각을 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더니 흰 눈으로 덮인 땅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아 이상하다 느꼈는데 목소리까지 전과는 다르게 들려 지붕 귀퉁이에 떼로 몰려 있는 저 새가 Robin인가 여길 정도였기에 돌아서 올려다보고 또 보고 나는 몸동작이 영락없는 Robin인데 왜 높은 곳에 있을까 꿈틀거리는 생각도 잠시 땅속에 있는 지렁이를 삘기 뽑듯이 기다랗게 잡아 올리던 모습이 떠올랐고 너무 일찍 남쪽에서 올라와 생각지도 않은 눈밭이니 너의 작은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헤매기는 마찬가지 눈은 멈추고 밝은 햇살이 비추니 세상이 아름다워 눈 구경 다니느라 신경을 덜 썼지만 내일은 두꺼운 흰 눈이 녹아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리라 昔暗 조헌섭201..

詩 2017 2017.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