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 2

사라진 토깽이들/배 중진

사라진 토깽이들/배 중진 이상하다 모두 어디 갔을까 한 10분 거리의 좋아하는 길을 걷다 보면 어떤 집의 정원에는 5마리 정도의 토끼가 보이고 안 보일 때는 저쪽 집의 정원에서 귀를 쫑긋 맑은 눈으로 끝까지 따라오기도 했으며 그렇다고 겁을 먹진 않았는데 산책길을 갔다 왔다 그리고 또 갔다 오면 40여 분 때론 10여 마리를 볼 수 있었는데 늦가을부터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옛날 시골에선 가장 날렵하고 덩치가 큰 덕구가 산토끼를 쫓아 산을 오르고 내려갔는데 올라가는 언덕에서는 산토끼가 더 빠르고 내려가는 비탈에서는 용맹한 마을의 개, 덕구가 더 빠르다고 하면서 따스하고 바람 막아주는 짚 동가리 아래에서 주고받던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곳 미국의 마을에서는 인적이 뜸한 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토끼가 많아..

詩 2017 2017.01.22

을씨년스러운 날씨/배 중진

을씨년스러운 날씨/배 중진 낮잠이 없는 사람도 오늘같이 잔뜩 찌푸린 날씨에는 푹 자고 싶은 충동이 들게 햇빛은 보이지 않아 황량함과 쓸쓸함 적막감과 음울함을 주는데 풍성하고 아름답던 가을 나무도 잎을 다 떨어트리고 달랑 몇 개만 남아서 흔들거리고 있어 적나라한 모습이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동면에 들어간다 하니 누가 포근하게 덮어주었으면 싶은데 흰 눈이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2014.11.17 23:08 Woman planting flower pot, 1866 Villa near Perugia, 1870 Elihu Vedder(1836-1923)

詩 2014 201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