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배 중진 따스한 날에 몸도 불편하신 분이 지팡이를 짚고 동네로 들어서는 어귀에 코스모스 씨를 뿌리시고 보슬비가 땅을 적시던 날 신작로를 따라 모종을 간신히 마치셨는데 감사라도 하는 것일까 무럭무럭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자라나 오가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방긋방긋 미소짓네 해바라기처럼 멀리까지 흐뭇하게 따라가네 코스모스를 생각했던 것은 가을에 사랑하는 임이 멀리 떠났기도 하지만 꽃 사랑하길 해맑은 소녀인 양 순수했고 순정을 다 바쳐 가꾸기도 하다가 꽃으로 포근하게 싸여 떠메어가지 않았던가 푸른 하늘을 보며 하늘거리고 잊었던 사랑인 듯 살랑거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도 옷깃 여미지 않고 오랫동안 서성이네 허무함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용서받지 못할 아들인데 뒤늦게 뉘우치니 그나마 천만다행입니다. 돈이 원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