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와 행시

뒷동산에 뜬 달/배 중진

배중진 2015. 4. 25. 00:59

뒷동산에 뜬 달/배 중진


우린 기다림이 별로 없었다
그 나이에 객지에 나간 친구들이 없었기에
그리움이라는 말을 몰랐었고
그냥 저녁 먹은 후 야산으로 몰려들었다

이날따라 보름달은
우리와 어루만질 수 있는 거리에 있었고
마지막 기차가 왔다가 떠나면서 기적을 울리니
아이들은 정거장으로 마중을 나가기도 했었지만

산으로 산으로 달을 따러 나섰다
붉게 떠오르는 달을 보고 있노라면
힘차게 울리는 북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대낮같이 밝혀주니 우린 신명이 나서 춤을 춘다

밤도 깊어가고 우리의 노랫소리 밤하늘을 울리며
집집이 먹을 것도 풍성했던 시절
젊은것들이 벌겋게 술에 취해 있었으니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하여라

 

9월 9일 억산동 형제/왕유

홀로 타향에서 나그네 신세
매번 명절이면 형제 생각 간절하다
형제들 언덕에 올라 수유를 꽂는데
꼭 한 사람만 빠졌구나

 

6월의 무궁화/배중진

오늘따라 너의 모습이 참 애달프게 보이네
왜 아니겠나 그처럼 아픈 추억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우리와 같은 나라가 있을라고
세월이 흘렀건만 상처는 아물 줄도 모르고 있으니

같은 민족이라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내가 바보였어
총을 맞고 느꼈을땐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땅을 치며 통곡을 해도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우린 주먹을 움켜쥐고 배고픔을 이겼고
지금은 경제 강대국으로 통일을 원하는 반면
너희는 총칼을 닦으며 배고픔을 견디어 왔지만
호시탐탐 붉은 피를 다시는 공산주의자이니

어쩌면 좋은가 조그마한 이 금수강산을
또다시 전쟁의 포연속으로 떨어지게 하긴 싫고
잘 해결되어 부유한 선진국으로 치달려
행복을 나누며 영원히 번성하는 무궁화가 되었으면

 

yellowday2015.04.25 07:28 

제이님은 공부만 한 줄 알았는데 그런 여유도 있었네요.
저도 공부방 창문으로 비치는 달님과 여름밤 은하수는 거의 매일밤 보고 자랐지요.
어린 시절은 언제나 그리움의 연속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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