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밥/배 중진
제삿날이 많아 좋았던 어린 시절
정성 들이는 제사보다는 잿밥에 신경을 쓰는 아이
초저녁잠이 많은데도
용케도 자정까지 견디면서
아저씨가 두껍게 깎으시며 버리시는 사과껍질을
동생과 번갈아 받아먹으면서도 싸웠고
졸립기는 하지만 동생한테 빼앗기지 않으려
눈을 비비며 더디 가는 시간을 채근 거리니
할아버지는 그런 모습이 안쓰러운지
깨워줄 테니 편하게 자라고 하셨으며
사랑방에 처박혀 자는 것을 깨우시기는 하셨는지도 모르지만
잿밥보다도 잠이 더 달코롬하여
세상 모르게 또 쓰러져 잤단다
아침에 일어나니 황당하게 모든 것이 바뀌었고
꿈에도 그리던 배, 사과, 고기 등이 통째로 사라지고
작은 조각으로 마지못해 돌아와
제사를 다시 지내자고 땡깡을 부리니
이른 아침부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엄마는 부지깽이 맛을 봐야 한다고 화를 내셨고
할아버지는 달래시며 한 접시 가져오라고 말씀하신다
한 접시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워서 먹고도
성이 차지 않아 골을 부리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먹이며 지랄하니 세상에 철이 없어도 그렇지 누굴 닮았는지
그때 조상님의 저주로 입은 항상 토라진 모습이란다
11/8/2012
이번에 내린 눈인가요? 꽤 많이 내렸네요.
몸이 움추려드는 계절이어서 밖에 두번 나갈것 한번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작년에 내렸던 눈이랍니다. 지금은 비와 섞여 눈이 내리고 있는데
쌓이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아이들이야 더 많이 내려 쌓였으면
하고 기도하고 좋아하겠지만 학교에 서둘러 등교하는 것을 보았지요.
오늘 밤과 내일은 혹독한 맛을 보리라는 예보도 있어 가을 정경을
쫓아다니다가 호된 맛을 보리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詩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은 사라지고/배 중진 (0) | 2013.11.12 |
---|---|
첫눈/배 중진 (0) | 2013.11.12 |
비둘기의 비상/배 중진 (0) | 2013.11.11 |
어둠이 물러가는가 했더니/배 중진 (0) | 2013.11.10 |
핼쑥한 얼굴/배 중진 (0) | 2013.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