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본문 인쇄하기

출처 99%의 롤
모델

평화의 댐

정권 안보의 수단이 된 대규모 토목공사

"불신과 낭비를 상징하는 사상 최대의 기념비적 공사."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의 '평화의 댐'에 대한 평가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대한민국 최대 거짓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은 튼튼하다'는 외환위기 직전 경제부처 수장의 호언에 이어 2위로 꼽힌 게 평화의 댐이다.

평화의 댐

ⓒ 2015, All Rights Reserved.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떤 거짓말을 했을까. 북한이 추진하던 금강산댐의 위협을 과대 포장했다. 건설부 장관의 '북한이 200억 톤의 담수 용량을 가진 금강산댐을 건설 중이며 댐이 무너지면 63빌딩 중턱까지 물이 차오르게 될 것'이라는 발표에 여론이 들끓었다. 이때가 1986년 10월 말.

바로 대응댐 건설 계획이 나왔다. 63빌딩 허리까지 물에 잠기는 그래픽이 연일 TV 화면을 장식하면서 국민들은 성금을 모았다. 말이 성금이지 실은 반강제 할당이었다. 안기부는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운동까지 미루어가며 기업들을 채근, 700만 원에서 10억 원까지 성금을 할당했다. 초등학교에서도 코 묻은 돈으로 할당액을 채웠다. 이렇게 모은 성금이 모두 733억 원. 정부는 이듬해인 1987년 2월 28일 총 공사비 1,509억 원을 들여 대응댐 공사에 들어갔다.

완공 직후 미국 언론의 조롱에도 조용히 묻혀 있었던 평화의 댐이 문제로 부각된 것은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조사를 벌인 감사원은 직선제 요구가 고개를 들 무렵 '시국 안정 및 국면 전환을 위한 과잉 대응'으로 평화의 댐을 건설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댐은 위협이 못 된다'라는 미군의 분석이 묵살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국가 안보를 팔아 정권 안보를 꾀한 대표적인 경우다.

대국민 사기극이었던 평화의 댐 건설을 가장 반겼던 것은 해외공사 수주 격감으로 불황을 겪던 건설업체들이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지 요즘 건설업체들은 정부 주도의 대형 토목공사에 목을 매고 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권홍우 집필자 소개

영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서울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증권부 차장으로 일하며 한국기자협회 ‘이 달의 기자상’(2회)과 백상기자대상을 받았다.

출처

99%의 롤모델
99%의 롤모델 | 저자권홍우 | cp명인물과사상사 도서 소개

시간과 공간적 맥락에 따라 인간의 삶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일관적으로 목격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세계사를 수놓은 365가지의 장면과 인물을 통해 과거를 이해하고 현대..

Q.찾는 답이 없다면, T!P에 질문하세요!

질문하기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