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말기 전한 초기의 모사. 원래 이름은 괴철이 맞는데,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한무제의 이름이 유철이라서 피휘를 하기 위해서 철(徹)과 뜻이 같은 통(通)이라는 글자를 바꿔서 기록하였다. 후에 기록된 대부분의 역사서엔 괴통(蒯通)으로 기록되어 있다.[1]
괴철의 출생연도와 출생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진나라(秦) 이세황제 원년(기원전 209년), 진나라의 학정으로 인해 일어난 진승 오광의 난에서 진승의 부장 무신의 책사로 처음 등장한다. 진승은 스스로 왕을 자처하고 즉위한 후, 수하 무신에게 옛 조나라 영역을 평정하고 범양을 공격할 것을 주문했다. 이 때 범양령(범양현의 현령) 서공(徐公)의 휘하에 있던 괴철은 서공을 설득해 무신에게 투항하도록 했는데, 스스로 사자가 되어 무신을 찾아가 범양령을 무신의 수하로 포섭하되 후히 대우하면 주변 지역들도 무신에게 귀부할 것이라고 설득했다. 무신은 이를 받아들여 범양령의 서공에게 제후의 인수를 주었고,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옛 조나라와 연나라 땅의 30성이 싸움 없이 무신의 세력에 들어갔다. 무신은 이렇게 얻은 세력을 바탕으로 진승에게서 독립하여 조나라를 세우고 자신은 조나라의 왕이라 일컬었다. 자세한 것은 진승 오광의 난 항목 참조.
이후 기원전 208년, 무신이 이량에게 죽을 무렵의 괴철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기원전 204년, 한신이 위나라, 조나라, 대나라를 차례로 격파하고, 제나라를 공격하려 할 때에 한신 곁에 다시 나타난다. 한왕 유방은 한신에게 제나라 공격을 맡겼지만, 이를 잠시 중지시키고, 역이기를 보내 제나라 왕 전광을 설득시켜 자신의 편으로 이미 포섭했다. 괴철은 이대로라면 역이기가 한신보다 큰 공을 세우게 된 것이라며 한신을 꼬드겨 제나라를 공격하게 했고, 한신은 이미 한나라와 손잡기로 해 대비가 없던 제나라 군대를 손쉽게 무찌르고 제나라를 장악했다.[2]
흔히 한신에게 유방을 믿지 말고 독립해 항우, 유방, 한신의 3국정립을 권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천하삼분지계. 그러나 한신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한신 역시 단칼에 괴철의 제안을 물리친 것은 아니고, 한왕 유방에게 나를 제나라 임시왕으로 임명해달라는 요청을 해보고 한왕이 그것을 거부하면 괴철의 말을 따르겠노라 약속했지만 진평의 기지로 유방은 한신을 제나라 임시왕도 아닌 진짜 제나라 왕으로 임명했고 결국 한신은 유방을 배신할 수 없어 괴철의 제안을 물리쳤다. 이후 괴철은 한신의 최후를 예견하고 한신의 곁을 떠나게 된다. 나중에 한신이 숙청당하자 미치광이 시늉을 내어 겨우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부터 유세객으로 여러 곳을 전전했다.
한신이 죽으면서 탄식조로 "괴철의 말을 듣지 않아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말하자, 당연히 유방은 괴철을 체포하라고 명한다. 괴철은 붙잡히면서 "한신이 결국 내 말을 듣지 않아 죽었구나." 라고 탄식하며 붙잡혀갔다. 결국 한고조 유방에게 팽형을 당해 죽을 운명에 놓인 괴철은 유방앞에서 당당하게 말한다.
맞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반역이 아니라 한신 장군을 살리기 위해서 한신 장군께서 천하의 주인이 되시라고 일렀습니다. 그러나 한신 장군께서 제말을 듣지않아 오히려 죽었습니다. 만약 한신 장군이 제 말을 들으셨더라면 오히려 폐하께서 죽고 한신 장군이 살아남았겠지요. 진나라가 그 사슴을 잃자, 세상이 사슴을 쫓았습니다. 결국에는 발빠르고 재주 좋은 자가 먼저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는 제 주인이 아니라면 요 임금 앞에서도 짖을 수 밖에 없습니다. 도척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은 것은, 요임금이 결코 어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그의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제 주인은 분명 한신 장군이셔서 저는 한신 장군께서 천하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한신장군을 살리려고 폐하를 배신하라고 일렀습니다. 또한 세상에는 폐하처럼 천하를 차지해 보고 싶어하는 수 많은 군웅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폐하를 직접 보고나니 한신 장군이 왜 반란을 거부하고 끝까지 폐하께 충성하려고 했는지 확실히 알것 같습니다. 폐하, 저도 한신 장군이 없는 이세상에서 더이상 살고 싶지않습니다. 소인은 배신을 권할때부터 실패하면 죽을 각오로 하고 권유했으니 죽음은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죽기전에 한가지만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황제가 되고 싶어한 사람들은 많았으나 그들이 단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자들을 함부로 모두 죽여서 민심을 잃는 일만은 피하셔야 합니다. 이제 소인 괴철은 죽을일만 남았으니 어서 죽여주십시오.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을 변호하는 것을 본 유방은 괴철의 태도가 진정한 한신의 충신답다고 생각하고 괴철을 칭찬하며 그가 자기 부하인게 아닌것을 대단히 아까워 하면서 괴철을 풀어주고 벼슬을 권했으나 괴철은 공손히 사양하고 한신의 시신을 장사지낼수 있게 내어달라고 부탁하자 유방은 그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었다.
초한지에서는 주인을 바꾸지 않고 한신의 제사를 지내주고 그의 묘지기로 살아간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실제로는 조참이 상국(相國)의 자리에 올라 제나라로 부임하는 과정에 괴철을 초청하였고, 이에 응하면서 말년을 제에서 보낸다.
괴철이 한신을 설득하는 부분은 한신 전기인 <회음후열전>의 4분의 1에 달한다. 실제로 회음후열전을 읽어보면 분명히 밀담으로 오갔을 이야기가 마치 현장에서 직접 들은 것처럼 상세히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사마천의 문학적 창작이 들어가지 않았나 하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일단 괴철이 자신이 천하삼분을 한신에게 간했다는 내용은 괴철이 실토한 부분이므로 실제로 그런 일이 있긴 했을테지만...뒷날 반고가 <한서>를 편찬할 때 이 부분을 따로 떼어내서 '괴통전'이라는 별도의 괴철 전기를 만들었을 정도.
먼 훗날 후한 때 유표의 모사가 되고, 그 후, 조조에게 항복한 괴월(蒯越)이 괴철의 후손이라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