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

허탈함/배중진

배중진 2011. 3. 8. 01:24

허탈함/배중진

그 칫과의사와 알고 지낸지도 20여년
가고싶지 않은 곳이지만 가끔씩 탈이나니
그때마다 자상한 손길로 보듬을 받곤했었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찾아가곤 했는데

난데없이 그의 부음을 받았다
백혈병 치료를 받는다고 했었는데
60세가 넘은 나이에 별 대수인가 싶었는데
항암치료도 끝내고 약을 복용하다가 그만

그의 작은 소망은 부인과 같이 여행하는 것
여행지를 추천하곤 했었고 그때마다 다녀와서
후회치 않는 멋진 곳이라고 여행담을 털어 놓더니
은퇴를 불과 몇년 남겨두고 또 당뇨가 있는 대학생 딸은 어이하라고

인간은 고통을 느낄만큼 살다가 저 세상으로 가는 듯 함이여
하루, 이틀의 고통이 아니고 평균 75세로 단맛, 쓴맛을 다 보게끔 하니
인생이 짧다면 그는 행복했던 삶이었고 짧은 인생이 길게 느껴졌다면 불행했으리라
그대의 인생은 길다고 느끼는가 짧다고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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