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쌈/배 중진 겨우내 지겹게 김치만 먹다가 봄이 되니 냉이가 산뜻하게 상에 올랐고 치마만 둘렀다면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보리밭을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아가고 아지랑이 먼지 일으키듯 가물가물하니 놀란 종다리 엉겁결에 하늘로 높이 날아올라 제자리에서 팔랑거리며 보금자리 염려하네 모든 것이 졸립던 시절 상추쌈을 먹어서 그렇다고 손가락질하지만 시름도 한입에 꿀꺽 이요 악을 쓰던 걱정도 밀어 처넣으니 그만이었으며 어색하던 이웃들끼리 서로 먹여주니 얼음 녹듯 하고 시아버지 앞이라 감추고 싶은 것도 흉이 되지 않았으니 된장이면 어떻고 고추장이라 땀을 흘려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지 않았던가 개구리 울음소리 개골개골 끊임없고 소쩍새 슬프게도 소쩍소쩍 훌쩍거릴 때 등잔불 앞에 엎드려 꾸뻑꾸뻑 졸았던 시절 숙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