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만난 여인/배 중진 춥다 춥다 이토록 추울 수가 없고 꽁꽁 언 바닷물처럼 인심도 바짝 얼어 춥다는 핑계로 얼굴엔 표정조차 없는데 잘 다니는 길목이 아니고 일부러 찾은 바닷가 평소 너울거리는 바닷물에 찌 하나 달랑 던져놓고 때를 기다리시는 강태공들이 즐비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물은 보이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높고 낮은 얼음 바다가 되어 저 멀리 보이는 도시까지도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엉뚱함이 들 정도로 눈에 덮인 두꺼운 얼음판의 세상으로 변해 춥다고 연일 떠들어대던 예보가 현실이었음을 간파하는 순간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오기에 엉겁결에 고개 돌려 인사를 나눴는데 첫눈에 앳돼 보이며 손에 카메라를 든 가냘픈 여인이 어떻게 무엇을 담고 있는지 어디에 사시는지 집요하게 추궁하시기에 털리는 기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