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부장/배 중진 술맛을 모르던 시절이지만 술이 어떻게 사람을 변하게 하는지는 알던 때 친구 찾아 마을 어귀에 있는 주막 옆을 지나는데 춘부장께서 막걸리 마시는 사발에 소주를 통째로 부어 벌컥벌컥 그대로 막걸리처럼 단숨에 들이마시곤 입가를 손등으로 쓱 훔치셨다 안주도 필요 없고 그것이 전부였는데 어찌나 경악했는지 말도 나오지 않았고 열린 입을 닫지도 못했으며 영원히 기억하는 장면으로 남았는데 그분은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 아니셨고 밭이나 논도 들판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쪽으로 가시는 것을 보았다 알딸딸한 기분으로 뭘 어떻게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왜 혼자 그렇게 급하게 마셨고 갈증을 해소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으며 잊고 싶은 세상사가 많으셨던가 젊은 우리와 말을 섞으시지는 않으셨지만 중풍으로 고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