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운명/배 중진 집에 있어도 지저귀는 소리 들리지만 밖에 나오면 새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볼 수 있고 뭐를 원하고 뭘 하려고 하는지도 알 수 있으며 노랫소리만 들어도 즐거운지, 경계하는지, 싸우는지 알겠는데 찌르레기 한 마리 포르르 날아와 앞에 있는 신호판에 앉았는데 가느다란 두 다리가 있어야 하거늘 한 다리만 보여 잘못 보았나 가까이 다가가니 가까운 곳으로 내려앉아 계속 먹이를 정신없이 찾는 것을 유심히 보니 오른쪽 다리가 있긴 있는데 접혔고,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여 이동할 때마다 오른쪽 날개를 길게 펼쳐서 짚는데 어쩌다 저리되었을까 호기심과 동정심이 들다가 갑자기 오래전에 살려 준 참새가 생각이 나 그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는데 운 좋게 죽지 않았다면 지금 저런 모습으로 힘겹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