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봄/배 중진 살살 봄기운을 불어 넣어주니 모두 옷을 벗고 좋아라 하더군요 봄이 일찍 찾아왔다면서 낄낄거렸습니다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에게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공평하게 찾아와 불만이 없어 보였습니다 방에 처박혀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서니 갑자기 길이 좁아지고 거리를 두던 너와 나의 간격이 좁아지자 뜸하던 다툼도 발생하면서 봄의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날씨에 예민한 봄꽃들이 수수방관할 리 만무했고 뿌리가 있는 곳이라면 기를 쓰고 나와 어느덧 아름다운 꽃이 피고 향기까지 내뿜으며 봄의 향연이 무르익어갈 무렵 느닷없이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면서 우박과 흰 눈과 찬비가 섞여 내리길 몇 차례 했고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길 며칠 하니 번지르르했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반반하던 꽃들이 죽어갔으며 거리는 다시 한산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