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

세탁/배 중진

배중진 2015. 9. 3. 12:01

세탁/배 중진

 

 

한국에 온 지도 벌써 1주일
그동안 밀렸던 옷들을 세탁하려는데
며칠 전과는 달리
찌뿌드드한 날씨이지만

 

내일은 식구들이 다 모인다니
지저분한 것을 정리하고자
처음 보는 세탁기에 모든 것을 집어넣고
가친께 여쭈어보았더니
사용할 줄을 모르신단다

 

전원을 켜고
분말을 집어넣고
물 온도를 선택하고
물 높이를 조절하고
코스는 보통으로 설정하고
동작 개시를 누르니
한 시간이 소용된다고 하며
다 끝나고 나니 소리가 나

 

오래간만에 빨랫줄에 나란히 걸었더니
마침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강렬한 햇볕과
살랑살랑 바람이 사이를 비비니
빠삭빠삭 김이 구워지듯
천연으로 말려진 옷
촉감도 좋아라

어머니의 손길이 따로 없었다.

 

#찌뿌드드한 날씨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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